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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2026. 10. 26.
 re: 늘 놀라워요
글쓴이: 이정호  날짜: 2010.07.17. 10:32:08   조회: 1473   글쓴이IP: 220.73.75.66
파일:   ..Apologia.hwp 
교과공부 이외에 철학과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시고
진지하게 토론하시고 열심히들 공부하시는 모습 늘 놀라워요.
질의와 관련해서 아래 간단히 제 논문내용 일부를 인용해서
답을 드렸지만 아무래도 변명편을 다룬 제 논문 전체를
소개해드리는 것이 더 좋을 듯 싶어
비록 1994년에 쓴 오래된 논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셨으면 해서 첨부파일로 올립니다. 참고하십시오

격려를 드리며
이정호 교수


>1. 소크라테스가 철학자로 거듭난 때는 언제일까?

소크라테스도 젊은 시절 아크로폴리스의 카리타스(Charitas)군상
이 그의 작품이라고 말해질 정도로 아버지의 직업을 이은 유능한
조각가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미루어 소크라테스의 어린 시절의
환경은 경제적으로 그리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소년시절엔
보통교육도 받고 커서는 기하학과 천문학 등 고등교육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천부적인 호기심과 탐구심은 그를 조각가로 머물러있
게 하지 않았다. 조각일을 하면서도 이미 그는 “조각가는 대리석
덩어리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사람처럼 만들려고 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돌덩어리처럼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은 조금도 기울이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라고 되뇌었다고 한다.
그러나 철학자로서 그의 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상당히 훗날이었던 것 같다. 물론 아테네에서 소크라테스
는 어느 정도 이미 잘알려져 있는 학자이긴 했었다. 그러나 변명편
에서도 나타나있듯이 포테이다이아 전투에 출정하기 직전에
카이레폰(Chairephon)이 전해준 델포이의 신탁(martyrion)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무지의 지를 깨우치게 하는 것이 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평생의 소명임을 자각한 이후, 아테네의 등에
(myops)로서 일관된 자신의 철학자적인 생애를 펼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430년 그의 나이 40세 되던 때부터였던 것이다.
공생애를 보내기 전 그리스도가 겪은 3년의 광야의 시험이라고나
할까. 신탁의 소명을 깨닫고 곧이어 참전한 3년 동안의 포테이다이
아 전장에서 그가 보여준 추위와 굶주림과 공포에 대한 인내심과
의연함은 알키비아데스가 전하는 바 그대로 실로 초인이 아니면
보여줄 수없는 그러한 모습이었다. 전장에서 귀환한 그는 그 다음
날 부터 거리로 나가 부자건 가난한 자건, 길모퉁이에서건 광장에서건
시장에서건 자기와 대화를 나누고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리지 않고 대화에 끌어들여 상대가 무지의 지를 깨닫기에
이르기 까지 공공연하고도 끈질기게 문답을 끌어나갔다.

- 졸고 - 플라톤의 대화편 "소크라테스의 변명편" 의 분석 중에서


>2.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플라톤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물론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타난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플라톤에
의해 재구성된 것이긴 하지만 초기 대화편에 나타난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플라톤의 관점이 많이 개입되지 않은 역사적 인물 소크라테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실려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어디까지가 플라톤의 생각이고
어디까지가 역사적 소크라테스의 생각 또는 모습인지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역사적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여겨지는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프로타고라스, 메논, 유티프론, 고르기아스 등

>3.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소피스트들의 발언(말장난)으로
받아들였기에 2차 판결에서 더 불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닐까?


변명편에서 소크라테스는 멜레토스와의 문답을 통해 멜레토스로
하여금 그 스스로의 주장이 그 스스로 모순됨을 깨닫게 하여
멜레토스의 주장이 억측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끌어 내고있다.
그러나 한편 그러한 논파의 과정을 보면 그것은 멜레토스가 내린
결론자체의 사실여부를 캐는 논증이라기보다는 멜레토스가 그 결론
을 이끌어내는 논리적 과정상의 허구를 폭로하는 논증임을 알 수
있다.그런데 소크라테스는 그 논증을 자기가 청년을 부패시키지
않았다는 사실 여부를 판가름하는 근거로 삼아 멜레토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론 절차의
잘잘못 여부와 그로부터 나온 결론 자체의 사실여부는 별개의
것이다. 이렇게 보면 소크라테스의 논증이 자신은 청년을 부패시키
지 않았다는 근거로선 별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그렇게 주장한 자가 무지하다는 것을 폭로하는 논증으로 유효할 뿐이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의 논법에 멜레토스가 말려들어 간 것이지
그것이 고소이유에 유효한 반론은 아니라면 소크라테스의 논법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그 점을 몰랐을 리는
만무하다. 이것은 결국 재판에 임하는 소크라테스의 근본적인
의도가 자신을 변명하는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무지의 지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사람들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하는데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졸고 - 플라톤의 대화편 "소크라테스의 변명편" 의 분석 중에서

재판과정 내내 소크라테스는 피고인의 모습이 아니라
아테네인들의 무지를 일깨워주는 교사로서
형벌이 아니라 오히려 융숭한 대접을 받아야 할 사람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칩니다.
이러한 모습은 재판관들에게 오만불손하게 비추어졌을 것이고
게다가 그들의 자존심마저 건드리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형량감형의 마지막 기회조차 조롱 섞인 거부로 일관한 그의
태도가 결국 그를 동정한 일부 배심원들의 마음마저 돌아서게
하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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